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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혜 상사는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기로 했다. 정원관을 통해 소개받은 사람은 대구에서 의류 공장을 30년 이상 운영한 경험이 있었다. IMF 때문에 회사가 무너졌지만 우수 중소기업상을 다섯 차례나 수상했고, 한때 천 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면서 영남 지방을 먹여 살린다는 소문이 날 정도로 건실한 사업가였다. 주위 평가도 좋아 딱 이 사람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60대라는 점이 창의적이고 활기찬 회사의 분위기와 맞지 않아 걱정했으나 직접 만나보니 생각이 젊었고, 타인의 말을 경청하는 태도가 몸에 배서 안심했다.
천혜향과 한나봉도 내 생각에 동의했다. 지금은 율혜 상사가 안정을 꾀해야 하는 시점이라 그의 경험과 관리 능력이 중요했다.
2월 마지막째 주.
첫 출근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시청에서 내렸다. 가뜩이나 낙하산이 내려왔다는 소문이 돌 텐데, 고급 승용차로 입소문에 날개를 달기는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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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과 섞여 지하철역을 빠져나왔다. 여기서 횡단보도를 건너 100m 정도 걸어가면 TJ 그룹 건물이 나온다. 나는 보도블록 위에서 신호를 기다렸다.
“안녕하세요?”
나는 무시하고 신호등 색깔이 바뀌기를 기다렸다. 세이프파워볼
“안녕하세요? 저는 TJ 건설에 근무하는 양태웅이라고 합니다.” 나는 주위를 둘러봤지만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는 나를 보고 있었다.
“누구시죠?”

“아, 저를 모르시는 게 당연하죠. 저는 TJ 건설 사업부 양태웅 과장이라고 합니다.” 그는 지갑에서 명함을 찾느라 허둥지둥 댔다. 신호가 바뀌어서 나는 횡단보도를 건넜다. 뒤에서 따라온 그가 내 앞에 섰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 명함을 받아주세요. 사업부장님으로 오신다는 말씀 들었습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기억하죠.”
나는 명함을 거부하고 성큼성큼 앞으로 걸었다. 낙하산이 들어왔으니까 낙하산 놀이를 할 거로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사업부장 자리의 힘이 큰 건지, 재벌 사위의 힘이 큰 건지는 확인이 필요했다.
“부장님, 명함…….” “자연스럽게 일하면 알게 됩니다.” “양태웅 과장입니다. 기억해주세요.” 그는 머리가 땅에 닿도록 인사했다. 도대체 왜 그럴까? 민용기의 힘은 충분히 빠졌을 텐데, 사위가 무슨 힘이 있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의 남자가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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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율무 사업부장님, 인사부장 경동기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렇게 나오실 필요는 없는데요.” “처음 뵙는 자리고, 부장님께서도 아직 익숙하지 않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고맙습니다.”
이런 환대는 필요 없었다. 민용기는 8년의 실형을 받았고, 항소하더라도 유의미한 결과를 기대하기 힘들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의 사위에게 신경 쓰는 이유가 뭘까?
아직도 그의 영향력이 유지되고 있는 것일까? 파워볼사이트
민유진의 말에 의하면 현재 사장 대행을 하는 모팔모가 자기 사람을 심을 거라고 했다. 인사이동을 앞두고 나를 예우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부장님, 결혼을 축하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이번 주 토요일에 민유진과 결혼식이 잡혔다. 한 여사의 반대는 상수였다. 그건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라 차차 해결하기로 했다.
“사장님 말씀은 잘 들었습니다. 젊은 나이에 대단한 업적을 남기셨더군요.” “건설은 처음이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물론입니다. 제가 도울 일이 있으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약관의 나이에 영업 시장에서 매출 1위를 놓치지 않았다는 건 정말 경이롭습니다. 의류와 신발 사업의 성공도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최근에는 골프복과 등산복까지 유명해졌더라고요.” “많이 아시는군요.” “인사부가 해야 할 일이죠.” “낙하산이지 않습니까?” 내 직구에 그가 살짝 당황했다.
“저는 부장님의 이력을 보면 사업부를 충분히 잘 이끌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TJ를 도와주십시오.” 이 사람은 내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구 실장으로부터 받은 파일에는 그의 이름은 없었다. 두고 봐야 했다.
그의 안내로 2층에 도착했다. 사업부라는 푯말이 있는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자 생각보다 넓어서 놀랐다. 직원들은 이 열 종대로 대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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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깡패 두목이나 사단장이 된 기분이군요.” “건설사가 그렇습니다. 익숙해지면 괜찮으실 겁니다. 사업부에서는 가장 높으신 분이니까요.” “이것부터 바꿔야겠네요.” “네?”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나는 그를 지나쳐 직원들 앞에 섰다.
“안녕하세요? 오늘부로 사업부장 자리로 온 김율무라고 합니다. 오늘은 첫날이라 넘어가겠지만 제가 직선 공포증이 있습니다. 이렇게 사열하는 건 사양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마치 예행연습이라도 한 듯이 스무 명의 직원이 입을 맞췄다. 최소한 소대장이 된 기분이었다. 먼저 낙하산이라는 이미지를 걷어내는 것이 내게 주어진 과제였다. 그건 일로 증명할 것이지만 처음에는 그들이 가진 선입견을 깨야 했다.
“간단히 인사드리겠습니다. 저를 TJ 그룹의 입김으로 하늘에서 떨어졌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바꾸라고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업무로 제가 증명해야 할 책임이 있겠죠.” “저는 부장님을 믿습니다!” 우렁차게 말하는 남자. 아까 본 남자, 양태웅 과장이었다.
“여러분에게 한 가지만 부탁드리겠습니다. 혁신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이상입니다.” 나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직원들은 어리둥절했다. 잔소리 또는 일장 연설을 예상했으나 너무 간단히 끝나니 당황하는 것 같았다.


“부장님, 끝나셨습니까?” “제가 아는 게 없으니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인사부장님, 제 자리가 어디죠?” “…아, 네. 따라오시죠.” 그를 따라 사무실 안쪽으로 들어가자 우측에 사업부장실이 있었다. 안에는 책상과 책장, 소파가 가지런히 배치되어 있었다.
“인사부장님,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가셔도 좋습니다.” “필요한 거나 궁금한 거 없으십니까?” “인사부장님의 역할은 다 하셨습니다. 지금부터는 사업부에서 도움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회사에 대해 궁금하신 사항 있으시면 언제든지 저에게 연락하시면 됩니다.” 그가 나에게 우호적인 이유를 늦게야 짐작했다. 구 실장이 넘겨준 자료는 인사부가 어떻게든 개입된 게 당연했다. 따로 조직이 있더라도 직원들 정보는 인사부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었다. 정동기 부장은 구 실장 사람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차차 알 부분이고.

“고맙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가보겠습니다.” 인사부장은 깍듯하게 인사하고 나갔다.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인사부장이 이렇게 깍듯한 건 역시 TJ는 시스템이 아닌 윗선에 의해 돌아가는 게 확실했다.
[사업부장 김율무] 명패까지 준비했다. 나는 의자에 앉아 책상에 놓인 조직표를 확인했다. 사업부는 국내사업부와 사업지원부로 나뉘었다. 국내사업부는 아파트, 리조트&호텔, 국책 사업으로 팀이 나뉘었고, 사업지원부는 영업, 마케팅, 관리팀으로 나뉘었다.
나는 업무 내용을 대충 훑어보는데 노크 소리가 들렸다. 세이프파워볼
“들어와요.”
양태웅이었다. 그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부장님, 간단히 업무 내용을 알려드리려고 왔습니다. 제가 부장님이 하루라도 빨리 업무에 익숙하시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래요.”
그는 자세하게 설명했다. 잔가지를 치면 간단했다. 더 많은 공사 수주를 따고, 더 많이 지으면 됐다. 내가 놀라운 건 하나였다. TJ 건설 전략기획실은 전반적인 사업 방향을 제시하는 자료를 주지만 결정권은 사업부가 쥐고 있다는 점이었다.


아들보다 더 큰 권한을 준 민용기는 나를 높이 평가한 것일까?
어떻든 내가 많은 힘을 가지고 일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점은 기회였다.
“잘 들었으니 이제 가 봐요. 저는 자료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언제든지 불러주십시오.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지나치다. 아무리 봐도 지나치다. 도대체 왜 그러는지 이유를 알아야 했다.
“양 과장님.”

“네?”
“제게 충성을 맹세하는 이유가 뭐죠? 민용기 사장님은 지금 구속되어 있어서 언제 나올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3월에 있을 주주총회에서 해임될 것이고요. 사위인 제게 줄을 서는 이유를 알고 싶네요.” “솔직히 말씀드려도 됩니까?” “평소에는 솔직히 말하지 않는 모양이군요.” “아……. 그게 아니라…….” 그는 살짝 당황했다.
“3월에 인사이동이 있습니다. 저는 물 먹을 게 분명하고요. 모팔모 부사장님이 자기 사람을 꽂는다고 해서 지금 분위기가 난리입니다. 어떻게든 그쪽에 줄을 대려고 경쟁 중이죠. 사실 저는 끈이 없습니다. 당연히 만년 과장으로 지내다가 퇴사 압력을 받겠죠. 제가 늦게 결혼해서 아이도 어려서 최대한 오래 일해야 합니다. 저는 김율무 부장님이 오신다고 해서 알아봤습니다. 정말 입지전적인 인물이시고, 주위 평가도 좋아서요.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 죽는 건 마찬가지지 않습니까? 저는 부장님 편에 서겠습니다.” “내부 다툼을 아는군요.” “과장급 이상은 분위기를 압니다. 그래서 어디에 줄 서야 할지 머리를 굴리는 거죠.” “과장님은 생존하기 위해서 저를 믿겠다?” “…….”
나는 일어나서 그의 앞으로 다가가서 그의 어깨에 살짝 손을 올렸다.
“생존하기 위해 사는 겁니다. 과장님의 생각이 나쁜 건 아니죠. 앞으로 잘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네! 감사합니다.” “대리급 이상 직원들은 저녁에 식사하도록 하겠으니 준비하시죠.” “알겠습니다. 식당은 어디로 잡을까요? 부장님 좋아하시는 음식을 몰라서.” “저는 아무거나 다 잘 먹으니 자주 가시던 곳을 잡으세요.” “네.”
그는 다시 고개를 바닥에 닿도록 숙였다.파워볼실시간
“다음부터 머리를 20도 이상 숙이면 아웃입니다. 경고 없어요.” “……아. 네.” “제가 아까 한 말 꼭 기억하세요. 혁신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혁신은 변화에서 시작되는 겁니다.” “네.”
그가 나가고 나는 상념에 잠겼다. 생각보다 하부의 권력 투쟁도 만만치 않았다. 갈 길이 멀지만 큰 것부터 쳐내야 했다.
그간 사업부의 업무 내용을 파악하느라 점심도 걸렀다. 양태웅 과장이 식사하러 같이 가자고 왔으나 돌려보냈다. 그래도 돌아오면서 초밥을 사 오는 센스는 있었다. 그의 목적이 어쨌든 간에 지금 나에게는 필요한 사람이었다.
한참 서류를 보는데 인터폰이 울렸다.

사장님, 고모부님이 오셨습니다.
“어디로 가면 되죠?” – 2층 2번 고객실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실시간파워볼
미끼를 던졌더니 덥석 물었다. 주도권은 나에게 넘어왔다.
나는 옷매무시를 단정히 하고 복도 끝에 있는 2번 고객실로 들어갔다. 예상대로 자춘수는 두 손으로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초조한 모습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가 벌떡 일어났다. 꽉꽉 눌렀던 용수철이 튀어 오르는 것처럼 사자후를 토해냈다.
“조카사위! 어떻게 나에게 이럴 수 있어?” “쉽게 말을 놓는군요.” “우리는 가족이잖아. 피만 섞이지 않았지, 서로를 보살펴 줘야 할 가족이야!” “충분히 보살펴 드린 것 같은데요.” “나를 곤란하게 만드는 이유가 뭐야? 자네가 TJ를 다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해?” “제가요? 제가 고모부를 곤란하게 만들었나요?” 일부러 ‘님’자 호칭을 붙이지 않았다. 친근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존중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줘야 했다. 어차피 이 사람은 내 편이 아니다.
“정말 이렇게 할 거야? 나이도 어린 친구가 비열한 방법을 쓰면 못 써.” “제가 비열했습니까? 아니면 당신이 비열했습니까?” 내 쏘아보는 눈빛에 그는 당황하다가 목소리를 높였다.
“자네는 지금 구 실장과 정 차장한테 이용당하고 있는 거야. 그들은 자네를 실컷 이용하고 분명히 버리겠지.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우리 편에 서는 게 좋아.” “하겠습니까? 안 하겠습니까?” “가족이니까 내가 말하는 거야. 피 하나도 안 섞인 그놈들보다는 그래도 피로 연결된 가족이 낫지 않은가? 어떻게 민 씨 회사를 다른 놈들에게 주려고 그래.” “안 하는 거로 알겠습니다.” 내가 뒤돌아 나가려고 하자 그가 넘어지면서 내 발목을 잡았다.
“알았어. 알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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