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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다음 날.
KBC <귀신과 함께 춤을> 제작발표회 현장은 기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바로 전날 <재망뚝> 측의 인터뷰 내용은 이미 다들 알고 있었다.
기사로 나가지 않은 내용까지도 기자들 개인을 통해서 소상히 전달된 상황.
“나 감독이 뭐라고 한 소리 할까?” “에이, 노련해서 안 그럴 것 같은데? 자기 작품 자랑이나 하겠지. 며칠 후면 첫 방이잖아?” “에이, 아쉽네. 열 내는 꼴 보고 싶었는데. 하하.” 기자들은 나태호가 어떻게 나오나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
일단 시작은 작품에 우호적인 기자부터였다.
“송한나 배우에게 질문하겠습니다. 이번 작품은 KBC 뿐만 아니라 올해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데요. 솔직히 오늘 첫방 시청률 몇 프로 보십니까?” 송한나의 입가에 미소가 생긋 걸렸다. 질문이 마음에 든 것.
“10% 정도만 나와도 감사하죠.” 그러자 기자들이 일제히 장난 섞인 야유를 보냈다.
“에이······.” “송한난데.” “좀 더 써요.” “그건 기본이죠.” 기자들도 기사를 위해서 한 말이라는 것은 알았다. 그래도 다 알만 한 사람들끼리 있는 자리에서 겸손을 떠니 어서 속마음을 말하라고 난리였다.
그런 반응들을 즐기며 송한나가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하하, 너무 겸손했나요? 그럼 한 15%? 20%? 뭐, 시청률이야 어찌됐든 저는 나 감독님만 믿고 가겠습니다.” 그러면서 송한나가 신뢰의 눈빛으로 나태호를 바라봤다.
나태호에게 시선이 쏠리자. 세이프파워볼
다른 기자가 슬쩍 나태호 감독을 건드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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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 제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재벌가 망나니가 하늘에서 뚝 떨어져>의 작가가 <귀신과 함께 춤을>의 공동 작가였다고 하는데요. 인연이라는 게 참 재미있습니다. 그 작가님이 하시는 작품이 이번 작품과 동시간대, 그것도 같은 로맨틱 코미디 장르잖아요. 경쟁작이 됐는데 어떠세요? 떨리지 않으신가요?” ‘경쟁작’, ‘떨린다’ 등의 단어를 써가며 나 감독을 슬슬 긁어본 것.
‘저 놈은 도대체 누구야?’ 나태호는 속에서 울컥 올라오는 화를 억지로 내리 눌렀다.
‘여기서 화냈다가는 기삿거리만 던져준다.’ 안 그래도 들어오기 전부터 화를 조절하고 있었다.
제작 발표회 날짜를 옮겨서 세를 과시하려고 했던 전략이 안 먹혔다. 거기에다가 방훈 측에서 한 인터뷰 내용은 나태호의 피를 거꾸로 솟게 하기에 충분했다.

‘뭐어? 우리가 재망뚝을 따라잡기가 부담스러워?’ 부글부글.
안 그래도 고혈압 약을 늘렸는데.
“저··· 나태호 감독님?” 그의 침묵이 길어지자 기자가 그를 불러보았다. 나태호는 흠칫 앞을 보니 기자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었다.
‘이런, 이런.’ 나태호 애써 숨을 가다듬었다.
“제가 작품 만든 지 벌써 13년째 입니다. 만들 때마다 떨리면 심장이 남아나겠습니까. 그리고 저는 그 작품을 경쟁작이라고 보지는 않고요, 일단 자만하지 않고 제 작품에만 집중하겠습니다.” 경쟁작은 무슨 경쟁작이냐 라는 말.
누른다고 눌렀지만 말투에서는 불쾌한 기색이 배어나왔다. 옆에서 보던 조카 최송아 작가가 얼른 발을 움직여 건드릴 만큼.
주연인 송한나 역시 이상한 기색을 눈치 채고 질문이 없는데도 자기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러보니 저희 시청률 공약이 있는데요. 호호.” 기자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움직였고.
“저희 작품이 <귀신과 함께 춤을> 이잖아요. 만약 시청률 30%를 넘기면 귀신 분장을 하고 광화문에서 걸그룹 춤을 추겠습니다.” “30%요. 허허허.” 기자들 사이에 작은 웃음이 지나갔다. 파워볼사이트
분명 아까는 10%, 20%를 말했는데 시청률 공약은 30%를 걸었으니.
속마음이 튀어나온 것을 그대로 걸렸다.
하지만 정작 송한나 본인은 이상한 점을 모르고 그저 자기 말에 기자들 반응이 좋다고만 생각할 뿐.
“오오~~!! 역시 한나 씨 화끈하시네요. 시청률 30%를 넘겨서 꼭 그 공약 지켜졌으면 좋겠습니다.” 점점 이상해지는 제작발표회 분위기.
진땀을 흘리던 사회자가 억지로 텐션을 높여 진행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뜬금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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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십시오. 제 작품이 이번 분기의 가장 훌륭한 로코 작품이 될 테니까.” 마치 이를 가는 듯한 나태호의 말.
기자들은 재미있는 구경에 신나게 노트북을 두들겼고.
‘안 와. 여기서 부르면 다시는 안 와.’ 애꿎은 사회자만 절망에 빠졌다.


제작 발표회를 마친 송한나는 서둘러 자신의 대기실로 돌아갔다.
소속사 장재열 대표가 대기실에 와 있었기 때문이다.
“대표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장재열은 아이돌 출신답게 준수한 외모의 소유자였지만 이와는 별개로 눈빛에서부터 오만한 아우라를 풍겼다.
장 대표는 거들먹거리는 음성으로 이야기했다.
“당연하지. 우리 한나 씨 일인데.” “감사합니다, 호호호.” 애교를 부리면서 웃는 송한나의 모습에 장 대표는 만족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송한나가 웃음을 멈추고 분위기를 바꿔 질문했다.
“그런데 <재망뚝> 쪽 제작발표회 이야기도 들으셨어요?” 그 질문에 장 대표의 얼굴도 살짝 굳어버렸다.
“건방진 놈들.” “뭘 믿고 그렇게 나오는 걸까요?” “믿기는 뭘 믿어. 그런 게 없으니까 오히려 세게 나오는 거야. 원래 겁먹은 개가 크게 짖는 법이지.” “역시 그렇죠? 호호호.” 송한나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박장대소를 했다.
“제 작품하고 붙었으니 구 대표도 속 좀 끓이겠어요.” “아마도? 당장 삼일 뒤에 첫 방 나가면 혼자 무릎이라도 꿇지 않을까.” “그거 쌤통이다.” 그녀는 구 대표에 대한 원한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세이프파워볼
잡귀가 들린 것 같다며 셀프로 소금을 뿌리라고 했던 그 망언.
그 일은 가슴 속 깊은 상처로 자리 잡았다.
톱스타 송한나 인생에서 그런 굴욕은 처음이었으니까.
이참에 <재망뚝> 쫄딱 망하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렇게만 되면 기분이 아주 상쾌해질 것 같다.
“그때 주하율 계약 해지했다고 말해놓고 재계약한 것만 봐도 그렇고. 구은우 걔가 좀 얍삽하지. 이번 일은 자업자득이야, 흐흐흐.” 구은우 뒤통수치려던 건 생각지 못하고 본인들의 입장에서만 생각하는 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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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대표님 선구안 굿! 이 드라마하길 정말 잘 한 것 같아요. 분위기도 좋고. 이번에는 제 실력 화끈하게 보여드릴게요.” “기대할게.” “음, 그러다 시청률 30% 넘어서 광화문에서 춤추게 되면 어쩌죠?” “그땐 내가 댄스 트레이너 하나 붙여줄게. 너무 걱정 마.” “하하하, 열심히 배워야겠네요.” ***
“아아, 그래요? 재밌었겠네요. 감사합니다.” 나는 대표실에서 기자를 통해 <귀신과 함께 춤을> 쪽의 제작발표회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나태호가 꽤나 열받았나보군.’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발표회에서 너무 세게 말했나 싶었는데 나태호를 도발하는 데는 제대로였다.
그렇게 기분 좋게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는데.
폰이 울렸다.
“음?”

액정에 ‘개새끼’라고 뜬다.
“아, 이 자식이······.파워볼실시간 ” J엔터의 장재열 대표였다.
받지 말까 싶었는데.
그래도 통화를 누른 건 어디 뭐라고 하는지 들어보자 하는 마음이었다.
곧장 불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이! 구은우.
“왜, 장재열.” – 한때 동료였는데 너무 쌀쌀한 거 아냐? 친한 척 좀 하지?
“내 등 뒤에서 칼 꽂는 놈한테 친한 척 할 수는 없잖아?” 막 회귀했을 시점에 그는 송한나를 이용해서 주하율을 데려가려 했고, 최근에는 박은아를 빼내려고 했었다.

아하, 그 정도로 호구는 아니라 이거지? 난 또 통수 맞는 게 취미인 줄 알았지.
“니네 직원한테 말 전했는데 못 들었나 보지?” – 어?
“여전히 그러고 있는 걸 보면 못 들었네. 내가 직접 해줄게. 염병 떨지 마, 이 개새끼야.” – 뭐?
열 받은 장재열이 날카롭게 소리쳤지만.
그걸 받아줄 의향은 없었다.
“됐고. 용건이 뭐야? 왜 전화했어?” – 어? 어··· 재망뚝 때문에.
“재망뚝. 왜?” – 망할 것 같아서 위로 차.
“아, 그래서 걸었어?”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한숨의 의미를 착각한 놈이 낄낄 거렸다.

안 그래도 힘들면서 왜 그런 작품에···.
“너는 변한 게 없구나. 네 인성만큼이나 싸구려 도발하는 게 여전해.” – 뭐?
“그리고 그게 나한테 먹힐 거라고 생각하는 것도 여전하고. 안 먹혀. 안 먹힌다고. 나는 너처럼 말 한 마디에 발끈하는 사람이 아니야.” – 이 자식이?
놈은 도발에 걸려들어 발끈했다.
“내 덕으로 뭐 해보려고 하는 것도 변하지를 않았고 말이야. 너 실력 안 되니까 우리 아티스트 욕심내는 거 다 알아.” 크윽- 하는 소리가 폰 너머로 들렸다. 너무 정곡을 찔렀나.

이 개새끼가 어디서 헛소리를!! 그렇게 인기 있고 끼 있는 애들이 너 안 좋아해, 인마. 그래서 나한테 오는 거고. 어디 착하고 능력 없는 애들 데리고 잘 해보시던지? “갔니?”

엉? 어딜 가?
“그래서 네가 빼내려고 했던 애들이 갔냐고.” – 이···.
회귀 전에는 내가 밀렸다만 지금은 저 녀석도 할 말 없지 않나.
아, 갑자기 회귀 전이 생각나면서 열 받는다.
“안 되겠다. 넌 밟아야겠어. 장재열, 내가 인성 좋고 끼 있는 애들 데리고 너 밟아줄 테니까 좀 기다려.” – 큭. 꿈도 야무져. 당장 며칠 뒤에 드라마 첫방 나가고도 그런 말 할 수 있는지 두고 보자.
장재열은 드라마에 기대서 마지막 자존심을 세우고는 전화를 끊었다.
이 녀석은 나한테 맨날 털리면서 왜 전화를.
“하······. 회귀 전에는 그 놈의 재력 때문에 밀렸는데.” 이번에는 복수를 해야겠단 말이지.
좋은 쪽으로는 전혀 변하지 않은 이 인간 장재열이 바로 J엔터의 사장이자, 내가 속했던 2세대 아이돌 ‘라이언’의 동료 멤버였다.
그때부터 지긋지긋한 악연이었다.
난 ‘라이언’의 센터이자 비주얼 담당이었다.
당시 대형기획사였던 소속사는 큰 포부를 가지고 보이그룹을 제작했지만 기획력 제로, 실시간파워볼 홍보력 제로에 무능 그 자체를 보여주며 라이언을 망돌로 만들었다.


흑, 슬픈 기억.
그래도 숱한 아이돌이 망했으니 그건 그렇다 치자.
라이언은 멤버 사이도 안 좋았는데, 다섯 명의 멤버 중 돈은 많고 인성은 나쁜 멤버가 하나 있었다. 그게 장재열이었다.
끼도 없는데 예능에 나가겠다고 떼를 쓰고, 막상 나가서는 병풍이 되어 돌아와 우리의 소중한 기회를 날리곤 했다.
그리고 질투가 어찌나 심하던지.
“야, 그깟 드라마에 한 번 나왔다고 깝치지 마. 그 드라마 내 주위에서 아무도 안 보더라.” 내가 중박을 친 드라마에 아역으로 들어가 꽤 반응이 왔을 때였다. 소속사에서는 드디어 관심이 생겼다며 좋아했는데 장재열은 이를 부정했다.
오히려 자신도 드라마에 꽂아달라며 징징댔었지.
장재열과 그 부모님의 압박에 소속사에서는 어쩔 수 없이 그를 드라마에 꽂아 줬는데 장재열은 그 소중한 기회도 통편집으로 마무리하고 말았었다. “야 이새끼야, 넌 등신이냐? 맨날 통편집이나 당하고!” 멤버들은 주저 없이 비난 했고.
장재열은 방금 통화처럼 열 받아서 혼자 날뛰었었다.파워볼사이트
그런데 이 미친놈이 그것도 모자라 대형 사고를 쳤다.
학폭 사건이 터졌는데 진심으로 사과하기는커녕 돈으로 무마시키려다가 된서리를 맞고 만 것.
장재열 때문에 우리 그룹은 해체됐다.
이제 조금 알려지나 했었는데···.
덕분에 나는 곧장 군대를 다녀와서 엔터 업계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장재열도 집안 돈으로 엔터 업계에 기어들어 와 있는 거다.
사장이랍시고.
그때 못 받았던 대접을 받으면서.
그래.
여러 가지 중요한 일이 있지만.
“이번에는 눌러줘야겠다.” 나는 태블릿의 캘린더 메모를 들여다봤다.
먼저 이번 드라마부터.
나태호고, 송한나고, 장재열이고 싹 묶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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