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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이제 우지훈을 보내 주세요.” 심동일 본부장과의 술자리에 다녀온 후.
유호군 팀장에게 자초지종을 모두 전달했고.
“알았다. 때가 됐구나.” 그는 사전에 약속한 대로 우지훈을 작품에서 뺐다.
한지웅 팀장 쪽에서 밀고 있는 드라마는, 불륜을 다룬 치정극으로 회귀 전에도 크게 성공한 작품이다.
그때는 한 팀장이 국장이 된 이후에 편성이 되었지만, 지금은 유 팀장이 이희라 작가의 드라마를 맡으면서 그 시기가 앞당겨졌다.
방심할 수 없는 드라마.
원래는 여기에 한 팀장이 원하는 배우를 준다는 게 꺼려졌었지만.
그 배우가 우리 작품에서 마음이 떠났다면 이야기가 다르지.
한지웅이 유 팀장에게 배우를 조른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해당 배우를 만나 봤었다.
미팅을 위해 비워 둔 작은 사무실에, 유 팀장, 우지훈, 매니저 이렇게 3명이 앉았었고.
나는 팀장님이 살짝 열어 둔 문틈으로 파워볼사이트 안쪽을 엿보고 있었다.
그때.
“이 배역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시작은 좋았는데.
우지훈 배우의 눈이 살짝 가늘어지면서.
“헌데 배역 비중이 좀….” 아쉬움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대작가의 드라마인가, 더 비중이 있는 드라마인가. 사람에 따라 취향이 갈릴 텐데 우지훈은 비중 쪽에 마음이 가는 것 같았다.
결국 그를 대신해 끼어든 매니저가, “감독님이 작가님한테 어필을 좀 해 주실 수 없겠습니까? 다른 쪽을 포기하고 왔다고 하면 작가님도 좀 신경을 써 주실 수도 있으니까 말입니다. 뭐, 그래도 작가님이 그대로 가시면 그건 어쩔 수 없지만, 말은 한마디 해 주셔도. 헤헤.” 나름 자신들의 입장을 어필해 왔다.
이해는 갔다. 비중을 중요시하는 쪽이라면 아까울 수 있다.
하지만 그때는 확답을 하지 않고 돌려보냈었다.
왜 그랬냐면.

“네, 이야기가 다 잘 되었다고 하면서 풀어 주면 한지웅 드라마 쪽으로 갈 겁니다.” “음, 그렇겠지.” 어차피 풀어 줄 배우.
심동일-한지웅 라인의 신뢰를 얻어 낼 기회로 삼자는 것이었지.
이제는 확실히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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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외주 제작사 임금을 ‘현금’ 아닌 ‘상품권’으로 지급한 일부 방송사] [KBC ‘스마일투게더’ 측, 비정규직 노동자 임금을 상품권 페이로 제공] [유혜리 PD, 상품권 페이 논란] “아이 씨, 짜증나!” 유혜리는 요즘 심기가 불편했다.
    그녀는 KBC의 잘나가는 예능 PD였다.
    토요일 6시. 프라임타임 예능인 ‘스마일투게더’를 연출하며 승승장구했었는데.
    예능 프로그램이란 오래하면 물이 빠지기 마련이다.
    결국 ‘스마일투게더’는 평일 저녁 예능으로 쫓겨날 예정. 이제 그날이 3주 앞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세이프파워볼
    바로 어제 상품권 페이 논란 기사까지 떴다.
    유혜리 PD는 곧장 윗사람에게 불려 가서 경위서까지 쓰고 난리도 아니었다.
    “대체 어떤 새끼야!” 그녀는 얼음을 아그작아그작 씹으며 눈에 불을 켰다.
    회의실 안은 차가운 정적만이 흐르고.
    ‘스마일투게더’ 팀은 요즘 매일같이 미팅의 연속이었다. 평일로 옮기는 김에 아예 새 단장을 해 보려고 제작진과 MC들이 모여 발버둥을 쳤다.
    그런 와중 메인 PD인 유혜리는 악재가 계속 터지자 열이 잔뜩 받은 상태.
    도통 회의를 이어 나가기 힘들었다.
    “야, 박우리.” 유혜리가 조연출인 박우리를 불렀다.
    “네, 감독님.” “누가 기자한테 꼰질렀는지 내일까지 알아 와.” “내일… 까지요?” “어, 그럼 세월아 네월아 알아보려고 했냐? 잡아 족치면 되잖아.” “아, 네…….” “가만 안 둬. 그게 우리 팀만 한 거냐고. 다른 팀도 다 그렇게 했는데 재수 없게 걸려 가지고.” “…….” “내부 관행인데 것두 모르냐. 진짜.” 상품권 페이가 일부 관행이긴 했지만 합법은 아니었다.
    유혜리는 투덜투덜.
    한참 고발한 사람을 탓하다가.
    의식의 흐름이 다시 프로그램으로 돌아왔다.
    “그러니까 수요일로 옮긴 첫날에 빵빵한 게스트로 개업식하자는 거잖아.” “네, 아무래도 떠밀려 갔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서브 작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벼락처럼 유혜리 PD가 언성을 높였다.
    “뭐? 떠밀려 가! 손 작가, 우리 프로그램이 나룻배야? 떠밀려 가게.” “아니, 그게 아니라 프로그램 런칭하는 느낌이 들도록….” “됐어. 일이나 제대로 하고 말해.” “네.” “누굴 섭외해야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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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률이 따라올까?” 그녀의 말에 모여 있는 PD와 작가들이 여러 의견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딱히 이렇다 할 대안이 없는 상황.
내리막을 걷고 있는 마당에 톱스타 섭외 가능성은 제로였다. 톱스타들은 예능에 잘 안 나올뿐더러, 스마일투게더 팀도 그들에게 정성을 쏟을 시간이 없었다.
당장 일주일 뒤 촬영분부터가 평일에 나가는데.
“요즘 제일 핫한 게 뭐지?” “뉴스타 스파르타 50이었죠. 다른 드라마 시청률 다 잡아먹었어요.” “윤예리 나오면 딱인데.” “MBS에 묶인 몸이라 힘들대잖아요.” “겨우 게스트로 한 번인데 되게 비싸게 구네.” 하지만 방법이 있지.
유혜리는 혼자 이리저리 셈을 굴려 보기 시작했다.

* * 나와 유 팀장이 우지훈 배우를 풀어 주고 얼마 후.
아니나 다를까 반응이 왔다.

구 대표, 본부장실로 좀 들어오지?
문자 한 통.
이제는 나를 완전히 편하게 여기는 듯한 말투.
신뢰를 얻는 데 성공했군.

끼익.
대표실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지금부터는 속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무슨 말을 하는지 한번 찾아가 볼까.
그리고 잠시 후.
“본부장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세이프게임 이미 지시가 되어 있나 보다.
본부장실의 비서는 내가 이름을 대자, 곧장 안으로 안내했다.
“어서 와. 구 대표. 이쪽으로 앉지.” 응접 소파에 앉자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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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가 잘 해 줬다고 들었네.” “한 팀장은 만족합니까?” “그럼. 만족하지. 꼭 그 배우 아니어도 될 텐데. 가끔 이상한 데 꽂혀서 말이야.” 말은 그렇게 하지만 심동일 본인 역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마도 내가 완전히 자신들의 라인에 오픈홀덤 들어왔다고 여겨서 저러는 모양인데.
“구 대표, 투자한 영화가 엄청 잘 되고 있다면서?” 아, 요즘 여기저기서 듣는 말이다. 이 말 다음에 꼭 따라오는 말이 있는데.
“투자금을 몇 배로 회수하겠구만?” 사람들의 질문 패턴이 똑같다.
대박 난 영화의 주요 투자자니까 얼마 버는지 궁금하겠지. 사실, 나라도 궁금할 것 같다.
“그 투자금이 투자자들한테서 나온 거라 갚을 게 많습니다.” “허허, 그래도 구 대표가 꽤 챙기겠지.” 그는 우호적인 얼굴로 영화 성공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이상하군. 할 이야기가 있는 것 같은데.
왜 본론을 뒤로 미루지.
“에, 그래서 말인데. 내가 개인적으로 부탁할 일이 좀 있어.” 개인적인 부탁?
조심해야 한다.
이건 우지훈 건과는 다르다. 작품과 관련된 이야기가 아니다.
난 겉으로는 미소를 짓고, 속으로는 경계하면서.
“말씀하십시오.” 이도 저도 아닌 반응을 해 보였다.
“다른 게 아니라 말이야.” 으흠. 뭐냐.
“우리 KBC에 ‘스마일투게더’라는 예능이 있어. 들어 본 적 있지?” 음?
방송국 프로그램 이야기인데?
스마일투게더라면 모를 리가 없다. KBC의 간판 예능 중 하나로, 이미 5년 동안 지속되어 온 토크쇼 프로그램.
작위적이지 않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토크가 진행되는 재미가 있었고, 제법 시청률을 유지하는 프로였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작년부터 그 프로그램이 시들시들했단 말이지.” 그 말대로였다.
작년부터는 다른 토크쇼 프로그램들에 밀려서 시청률이 하락. 컨셉을 유지한 상태에서 몇 가지 시도를 해 봤으나 아무래도 힘이 많이 빠진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 평일로 시간을 바꿔서 새로 시작한다고 들었습니다.” 방송국에서 자기들 간판 예능을 그냥 포기하지는 않았다. 유혜리 PD가 새롭게 틀을 짠다고 들었다.
심동일 제작본부장의 얼굴은 밝지 않았다. 애꿎은 주먹만 쥐었다가 폈다가 하고 있었다.
왜 그러는지 이유는 안다.
“시간 바꾸는 거는 바꾸는 거고. 초반에 힘을 줘야 할 것 같은데 말이야.” 하지만…….
내 생각에는 지금 여기까지도 충분히 잘한 것 같은데 말이지. 프로그램 자체가 수명을 다해 가는 것뿐.
딱히 거기에 더 힘을 줄 방법이 있나?
“그래서 게스트를 좀 투입할까 싶은데.” 아하.
이게 본론이었군.
게스트의 힘으로 시청률을 올린다.
가장 쉽고 단순한 방법. 특히 토 로투스바카라 크쇼에서는 게스트에 대한 흥미가 그 화의 시청률을 좌우하니까.
하지만 쉬운 만큼 한계도 뚜렷한 방법이다.
흥미로운 게스트를 매주 섭외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 어느 시점에서는 프로그램 자체의 힘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그걸 제작본부장쯤 되는 사람이 모를 리가 없을 텐데?
“잠깐 시간을 좀 벌어서 다시 치고 나가면 될 일인데 말이야. 응, 거기 PD가 능력이 있으니까.” 유혜리 PD가 능력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아까 영화 이야기처럼, 다음 말이 그대로 예상된다.
“요즘 나인의 윤예리가 떴다면서? 그 친구 좀 한번 나갔으면 싶은데….” 주하율, 아니면 윤예리 둘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예리는 MBS 프로그램에서 1위를 한 이후로는 솔직히 어지간한 예능에는 내보낼 필요가 없는 상태. 그런 윤예리라.
확실히 스마일투게더 쪽에서 섭외가 왔다면 거절했을 거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쁠 건 없어.
“스읍…. 예리를요….” 그렇다고 곧장 들어줄 필요도 없고.
“예리가 요즘 스케쥴이 너무 바쁜데. 스마일투게더에….” “어허, MBS만 할 건가? 내가 어련히 챙겨 주지 않겠어?” 이상하다.
왠지 매달리는 느낌인데.
왜 그러지?
“그러시다면야. 같은 베리걸즈 멤버 중 예능 멤버인 미나와 같이 내보내겠습니다.” 어쨌든 난 손해 볼 일이 없으니까.
미나의 예능 출연 기회도 한 번 더 잡고 말이다.
그 프로그램이 정비 중이라면 멤버 교체도 가능한 일이잖아? 미나에게 기회가 생길 수도 있지.
“그래! 그래야지, 구 대표가 역시 융통성이 있어.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 이런 사람이 성공하는 거지.” 또, 또. EOS파워볼
칭찬이 살짝 과하다.
왜 이러는 거야?
“네.” 꾸벅 고개를 숙였다가 들었을 때.
으음?
심 본부장이 창밖을 보면서 혼자 히죽 웃고 있는데.
뭐냐. 저 흐뭇한 표정은.
저런 얼굴은 연애할 때나 짓는 건데.
“구 대표, 고맙네. 허허허.” 그는 지금까지 봐 온 중에 가장 찐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 프로그램에 애착이 많으신가 봅니다.” “응? 왜?” “예능 게스트 섭외면 공적인 일이잖습니까. 그런데 개인적인 부탁이라고 하셔서요. 지금도 즐거운 표정이시고요.” “내가 그렇게 말했었나? 아, 내가 애착이 있지. 그럼, 간판 예능인데.” 흠.

* * 본부장실을 나와서 복도를 걸어가는데.
“한지웅 팀장님?” “아, 구 대표님. 우연히 보네요?” “아아, 네. 안녕하십니까.” 그는 나와 나란히 서서 같이 걷기 시작했다. 엔트리파워볼
“본부장실로 가는 길 아니었습니까?” “하하, 아니에요. 그쪽에 볼일은 다 봤습니다.” 흐음.
“그건 그렇고, 우지훈 건은 고맙습니다.“ “아, 뭐. 별거 아닙니다.” 그리고 잠시 침묵.
뭐야.
다른 할 말이 있나.
“그… 구 대표. 내가 개인적인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주변에는 비밀로 하고요.” 또 나왔다.
개인적인 부탁.
“…어떤 부탁입니까.” “내가 국장 된다고 미리 유세 떠는 거 아닙니다. 정말로 이건 부탁이고. 하지만 들어주면 나중에 제가 나인 소속 연예인들을 특히 잘 챙길 겁니다.” 본부장하고 같은 소리를 하는데?
한지웅은 또 어떤 부탁을 하려고 이렇게 서두를 까는 거지.
“일단 말씀해 보시죠.” “으흠.” 얼씨구, 헛기침까지.
“…스마일투게더라고 압니까?” 어라?
한지웅의 입에서도 스마일투게더가 튀어나왔다.
너는 또 그걸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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