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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광 PD는 구은우의 손을 마주 잡았다.
‘이거, 힘이 느껴지네.’ 말랐지만 키가 커서 그런지 그 손아귀가 제법 단단했다.
‘어쨌든 분위기는 나쁘지 않고.’ 이 PD는 싱글싱글 미소가 걸린 구은우를 바라보았다.
윤예리가 맡은 은아리 캐릭터 설정의 일부를 천시아의 캐릭터 주서아 역으로 넘겨줬다. 하지만 대본을 보내기 전에 수정한 사항이고, 1~2화를 봐서는 그 설정들의 의미도 알 수 없을 것이었다.
세세한 것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못하도록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것.
이게 이수광 PD의 오늘 임무였다.
좋아, 시작해 볼까.
“저도 구 대표님을 만나 보고 싶었습니다. 하하하. 그렇죠, 장 작가님?” “그럼요. 유명인이시잖아요.” 장은주 작가도 맞장구를 쳤다. 최근 나인 엔터의 승승장구는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 엔트리파워볼
일단 칭찬으로 녹여 놓고 시작해야지.
“그러니까 말입니다. 구 대표님이 참여하는 작품마다 잘되니! 저도 언제 한번 같이해 보나 엄청 기다렸습니다. 하하하하.” “과찬이십니다. 운이 좋았어요.” 겸손을 보이는 구은우였지만 입가에는 아직 웃음이 걸려 있었다.
‘미팅 마칠 때 웃는 모습 그대로 떠나게 해 주겠어.’ 그걸 위한 사탕을 준비했다.
“박은아 양 캐스팅 건이 진행 중이었잖습니까?” 구은우의 얼굴이 이수광에게 몰렸다. 이 PD는 구 대표의 조바심을 유도하기 위해 몇 초간 침묵했다가.
“저희는 환영입니다. 은아리와 같은 그룹 멤버인 배연아 역할로 캐스팅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 은아가 좋아하겠네요.” 구은우가 윤예리와 마주 보며 웃었다.
그사이, 이수광도 장 작가에게 눈을 찡긋했다. 내게 맡기니 잘 돌아가고 있지 않냐는 뜻.
“예리 양도 은아 양도 이번 작품에서 잘해 주실 거라고 믿습니다. 대본은 받아 보셨지요?” “물론입니다.” 구은우가 가져온 대본을 꺼냈다. 이수광은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것이 아닌 나인의 대본을 들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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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해.’ 줄을 친 흔적도 없고, 메모지도 안 붙어 있다.
불만을 느낀 부분이 있다면 뭔가 표시를 해 놨을 텐데.
생각대로 일이 흘러가고 있었다.
“예리 양은 본인이 맡은 은아리 역이 어땠어요?” 여기서 윤예리까지 별말이 없다면?
확실히 굳힐 수 있다. EOS파워볼
그리고.
윤예리는 장 작가를 보면서, “작가님이 캐릭터를 매력 있게 만들어 주셔서. 제가 잘 살리기 위해서 노력하겠습니다.” 이렇게 작가의 마음에 쏙 들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거 미안하네.
MBS의 푸시를 약속받았으니 콧대가 조금 높아질 만도 하건만, 윤예리는 그저 열정을 다해 연기하려는 모습뿐.
하지만 이수광 자신도 어렵게 잡은 국장 라인이었다. 조 국장의 지시를 수행해야 했다.
“그렇죠? 여기 장은주 작가님이야 워낙 경험 많은 스타 작가시니까. 주인공 캐릭은 기가 막히게 잡으시죠. 하하하하.” 이 PD는 몇 가지 중요하지 않은 사항들을 조율해 나갔고.
구은우는 끝까지 별다른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말로 완벽.
이수광이 계획한 그대로 미팅이 흘러갔다.
그리고 이제 끝을 낼 시간.
“자, 그러면 여기까지 하고….” “잠시만요.” 꽈악.
대본과 패드를 거둬들이는 이수광의 손을 구은우가 붙잡았다.
“이제는 제가 수정을 부탁드릴 차례군요.” ‘수정 사항?’ 구은우의 미소가 더욱 커지는데.
‘뭐야, 웃고 있던 이유가 설마?’ 이수광 감독의 뜨악한 표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설정들을 짚어 나갔다.
내 쪽은 이제부터 시작이니까.
대화하면서 분위기를 살피고 있었는데, 장 작가는 오히려 좀 빠져 있는 느낌, 이 PD가 이야기를 주도하고 있었다.
난 반대로 장 작가를 보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먼저 이 물건 두고 다니는 설정 말입니다.” “네?” “은아리가 완벽한 캐릭터인데 이런 댕청미 있는 버릇이 있으면 더 매력이 살 것 같습니다.” “아, 그렇기는 한데….” “나중에 물건을 가지러 돌아갔다가 사건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고요. 물론 작가님께서 다 계획이 있으시겠지만 말입니다.” 그럴듯한 이유 하나에 더해서, 회귀 전에 봤던 원작에서 이 설정이 사용되었던 대로 말했더니.
흠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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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장 작가의 몸이 움츠러들었다. 로투스홀짝
너무 정곡을 찔렀나.
그냥 의견일 뿐이라고 하기에는, 저쪽의 구상과 똑같을 테니까 말이지.
“그런 건 작가님에게 맡기…….” 이 PD가 옆에서 끼어들려고 했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소소한 설정 아닙니까. 은아리 캐릭터에 넘겨줘도 큰 문제 없는. 아니면 뭔가 문제가 생기나요?” 그러자 두 사람 모두 아무 말을 못 했다.
문제가 생긴다고 하면 왜 그런지 설명을 해야 할 텐데. 오픈홀덤
주서아 캐릭터를 밀어줘야 하기 때문이라고는 말 못 할 테니.
두 사람이 뻐끔뻐끔 금붕어가 된 사이에.
“그리고 이 설정도 마찬가지입니다.” 두 번째 설정은 향수였다. 중반 이후에 남주가 향수 냄새로 은아리를 찾아내는 씬으로 이어졌었다. 지금은 주서아에게 가 있는데.
“예리가 화장품 CF도 하니까 혹시 PPL을 따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천시아 양은 지금 그런 분위기는 아니니까 이 설정도 예리한테 주시죠.” 이렇게 둘러대고.
“남주가 코가 좋다는 설정 아니었나요? 그럼 항상 같은 향수를 쓴다는 게 복선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다시 한번 정곡을 찌른다.
흠칫.
장 작가가 다시 놀란 거 맞고.
나는 마지막으로 세 번째 설정을 짚어 냈다.
똑같이 그럴듯한 이유에, 원작의 사용법을 더해서 이야기를 하니.
장 작가가 뻣뻣하게 굳어 있는데?
이 감독은 땀을 삐질 흘리고 말이야.
“소소한 설정이라고 하셨으니 변경하는 데 큰 문제는 없겠지요? 작가님만 믿겠습니다.” 싱글싱글.
웃으면서 못을 박아 버렸다.
이제 웃으면서 미팅 자리를 떠나도 되겠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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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까 작가님하고 감독님하고 당황하신 거 맞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예리가 미팅 이야기를 꺼냈다.
옆에서 보기에도 분위기가 이상해 보였나 보다.
“응, 아마도?” 아마도가 아니라 확실히지.
“대표님이 무리한 요구를 하신 건 아니었고…….” 그쪽 입장에서는 무리한 요구라고 느꼈을 거지만. “작품 내용에 개입한다고 여기신 것 같지도 않은데…….” 깊게 개입을 한 셈이기는 해.
그런데 이걸 어떻게 설명을 한다? 세이프게임
그쪽 생각을 맞혀서 당황했다고 설명할 수는 없는데?
“어쨌든 대표님 때문에 그렇게 당황했다는 건, 저한테는 좋은 일인 거겠네요.” 그리고 아무 말을 않는다.
흘긋 옆을 보니 심지어 만족한 미소를 짓고 있다.
음, 나를 믿고 따라 주는 예리였지.
설명할 필요 자체가 없네.
천시아도 작품에 들어오게 되니 미심쩍은 일이 있으면 곧장 말하라는 둥의 이야기를 하면서 베리걸즈 숙소에 도착했다.
안으로 들어가니, 지연이랑 미나는 외출 중이고, 은아와 별이가 있었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안녕하세요….” 열탕과 냉탕 같은 상반된 텐션의 두 사람이.
젠가를 하고 있었다.
“어?” “네? 우리 이거 자주 하면서 노는데요.” 그래, 같은 숙소에서 여러 가지 하면서 논다는 건 아는데.
성격 급한 은아가 젠가를 이길 수 있나?
잠깐 보고 있으려니까.
“후우우우.” 깊은숨을 내쉬며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서 은아가 나무토막 하나를 빼냈다.
제법 잘 집중하잖아?
“흥.” 짧은 코웃음과 함께 별이가 나무토막을 빼내… 려다가, 우르르 전부 무너지고 말았다.
“…….” 별이의 뚱한 표정을 배경으로.
“으하하핫. 봐라, 별이 네가 이 은아 님을 이기기에는 백만 년은 일러! 케헤헤!” 은아가 포효했다.
“…….” “별아, 별아?” 별이는 내가 부르는데도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놔두세요. 곧 다시 나오거든요.” “예리 너는 자주 보는 장면이니?” “네. 박은아는 이상하게 잡기에 능하다니까요.” “잡기라니, 이 몸의 수많은 재능 중의 하나라고!” “뉘예, 뉘예.” 침착한 별이가 이길 것 같은데.
역시 사람 일은 몰라.
“은아야, 그 재능 중에 연기력을 발휘할 때가 왔다.” “네? 그럼?” 은아가 쫑긋 귀를 세웠다. “MBS 드라마에 캐스팅 얘기 오간 게 됐어. 확답 듣고 왔으니까 준비해.” “오옷!” “드라마 안에서 걸그룹 역할이고.” “오오옷!” 세이프파워볼 “예리의 절친 역할이야.” “…우우.” “뭐야, 박은아! 나도 별로라고. 대표님, 얘 빼 버려요!” 둘은 투닥거리기 시작했다.
참 자매처럼 사이가 좋아. 저렇게 서로 주먹질을 하는 것도 다 친하니까 그런 거지, 하핫.
“한 드라마 안에 천시아도 있어. 둘이서 힘을 모아 줘.” “으으, 은아 때문에 힘이 빠진다고요.” “뭣이?” 우다다다.
아, 저건 니킥?
…친하니까 그런 거지, 친하니까, 하핫.

* * “이 감독님, 방금 미팅 뭐였어요?” 장은주 작가가 질린 듯이 물었다.
하지만 이수광이라고 답할 말이 있을 리가.
“그, 글쎄요.” “글쎄면 다예요? 어떻게 구 대표가 우리 생각을 다 알아요? 이 감독님이 어디 가서 떠벌린 건 아니고요?” 그때서야 이수광도 정신을 차렸다.
“어? 이야기가 샌 건가? 장 작가님은요? 누구한테 말한 적….” “없죠, 당연히.” 그럼 정말 구은우가 1~2화만 보고 작품에 대해 생각한 거란 말인가?
둘은 귀신에 홀린 듯한 얼굴로 되돌아갔다.
“허, 일단 미팅 결과를 국장님한테 보고해야겠습니다. 장 작가님도 같이 좀 가 주세요.” “네? 저는 왜요?” “증언? 저 혼자 말하면 안 믿으실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확실히, 보고만 받는 입장에서는 못 믿을 이야기일 것 같았다.
“알았어요. 가서 확인만 해 드릴게요.” 그다지 내키지는 않지만, 장 작가도 같이 발걸음을 옮겼다.
국장실에 도착하니 마침 조성욱 국장은 다른 일정 없이 자리에 있었고.
이 PD는 자초지종을 보고했다.
“…그렇게까지 보는 눈이 좋다고? 1~2화만 보고 전개를 예측한다?” 조 국장은 자신의 뾰족한 턱을 매만졌다.
어떻게 거기만 보고 짚어 올 수가 있지?
작가 출신도 아니면서.
이 PD가 보고할 때 옆에서 장 작가도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녀도 상당히 놀란 모양. 첫 시도부터 글렀는데.
“장 작가, 그럼 대본에 더 손댈 수 있겠어요?” 역시나 장은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초반에 얼마나 더 수정을 해요. 그러다가 작품 흔들려요.” 능숙하게 수정을 할 수 있는 작가라는 건, 수정하면 위험한 선도 잘 안다는 뜻이었다.
그녀가 흔들린다고 말하는데 요구할 수는 없었다. 파워볼사이트


“그건 안 되지. 작품은 성공해야지요.” “그럼요.” 작품 성공은, 국장, PD, 작가 모두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영역이었다.
“전 어쨌든 국장님이 말씀하신 대로 해 드렸어요. 이 뒤는 두 분이 알아서 하세요.” 장 작가가 발을 빼려 하자, 이 PD가 국장을 대신해서 한마디를 덧붙였다.
“일단 촬영 들어가고 다시 부탁드릴게요.” “에이, 됐어요! 무섭단 말이에요. 감독님도 같이 있었잖아요.” 확실히 무섭기는 했다. 너무 빤히 보고 찔러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대본으로 어떻게 하라고 하지 마세요. 구 대표가 내 영혼까지 들여다보는 줄.” 장 작가는 후다닥 자리를 떠 버렸다. 이 PD가 국장을 바라보니.
“놔둬. 지금은 많이 놀랐나 본데, 나중에 내가 이야기하지.” “그럴까요?” “일단 자네가 연출로 커버 좀 해. 천시아한테 조명도 집중적으로 대 주고, 온화해 보이는 그림도 좀 뽑아 주고.” “하기는 하겠습니다만…. 서사가 윤예리 중심인데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면서 슬쩍 자신이 궁금해하는 것을 물었다.
“꼭 천시아를 띄워 줘야 하나요?” 하지만 대답은 없었다. 조 국장은 한참 침묵을 지켰다.
이크.
이 PD는 속으로 혀를 찼다.
“국장님 시키신 대로 해 보겠습니다.” 그런 말과 함께 나올 수밖에.
이수광이 나가고 국장 혼자 남았는데.
‘이수광도 저렇게 생각한단 말이지.’ 이건 오로지 자신이 혼자 추진하는 일이니 그럴 만도 했다.
그냥 스리슬쩍 넘어갈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나인의 구은우는 과연 듣던 대로였다.
‘자기 아티스트한테 해될 일은 귀신같이 안다더니 진짜였어.’ 만만치 않은 싸움이 될 것 같은 기분에 살짝 머리가 아파 오는 국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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