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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과 공포란 이런 것이다.
내가 사장을 하겠다고 하자마자.
“제안을 받겠다고?” 김근호의 목소리가 불쑥 커졌다.
마치 비명처럼.
“한다니까요. 좋은데요, GO 엔터 사장.” 지금까지 원수였던 내가 윗사람으로 온다?
아마 그가 몹시 원했을 사장 자리에?
그가 혼란 속에서 입을 뗐다.
“하지만.” 그는 일그러지려는 얼굴 근육을 필사적으로 붙잡고 있었다. 몸짓도 초조해져서 어쩔 줄을 모르는 모습.
세상 황망하겠지.
“하지만이라니요. 정말 좋은 조건인데요. 저 집을 제가 왜 마다하겠어요.” 나는 확신에 찬 말로 한 대 더 쥐어박았다.
김근호의 꼴이 초 단위로 무너져 간다.
혈관에. 세이프파워볼
엔돌핀이 돈다.
이 장난, 시작하기를 잘했어.
“하지만 구 대표는 이미 좋은 조건을 모두 거절했었잖소. 우리 회사와는 스타일이 안 맞을 텐데?” 그건 여전히 그렇지.
하지만 내게는 둘러댈 핑계가 있다.
“그건 잘못된 협상이었으니까요.” “잘못된?” “예, 단단히 잘못됐었죠.” 나는 목소리를 한껏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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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부사장님에게 협상에서 가장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것을 알려 드리죠.” 이 와중에 궁금했는지 내 말을 잘 듣기 위해 고개를 숙여 오는데.
“상대가 거절한다면 돈이 모자랐던 건 아닌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엉?” 그나마 관리하던 표정이 완전히 무너졌다. 그가 입을 떡 벌렸다가 황급히 다시 다물었다.
“알기 쉽죠?” “…돈이 문제였다고?” “제 꿈이 담긴 회사, 저를 믿고 따라 준 사람들이 있는 회사를 접으려면 좀 더 큰 액수를 불렀어야죠. 지금처럼 사장이라는 직위를 제시하든가요.” 더 큰 돈이 필요했습니다, 이보다 좋은 핑계가 어디 있겠어.
그는 한참을 눈만 껌뻑이고 있었다. 머릿속에서 지금 상황을 정리하는 모양.
“…….” “…….” 잠깐 침묵이 감돌았다.
의심을 품더라도 상관없다.
그럼 장난은 여기까지인 거지.
내가 손해 볼 일은 없다.
하지만.
김근호가 갑자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렇지. 결국 돈이지.” 이런 말과 함께.
나에게는 핑계였는데, 김근호에게는 그 말이 설득력이 있었던 것 같다.
“내가 구 대표를 오해하고 있었소.” “오해라구요?” “돈으로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 있나 싶었는데. 애도 아니고. 다 큰 어른이 그럴 리는 없지.” 그의 사고 과정이 선명하게 보였다.
김근호는 이해관계만 맞으면 다른 사람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것도 아무렇지 않은 인간이다. 그런 그에게는 오히려 더 큰돈이라는 이유가 이해하기 쉬운 모양이다.
즉, 바로 지금 내 성격을 오해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럼 조금 더 부추겨 줘야지.
“그럼요. 저도 사업가인데 결국은 이해관계죠. 제 비전을 팔아도 될 만큼 큰돈인가. 그게 문제인 겁니다.” “흥, 그렇다 치더라도 제법 비싸게 부르시는군.” 그가 알 만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봤다.
오오, 넘어온다. 넘어온다.
“그렇더라도 아직 완벽하게 믿는 건 아니오.” 아하.
납득까지는 아니네.
“어쨌든 대답을 들은 셈이니까 윗선에 보파워볼사이트 고는 할 거요. 그쪽에서 나름대로 검토를 하겠지.” 아예 마음을 놓는 건 아니었다.
뭐, 상관없다. 나는 잃을 게 없으니까.
“그렇게 하시죠. 그럼 저도 GO 엔터로 가는 날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그저 이 장난이 어디까지 굴러갈지 보고 장단 맞추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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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고 며칠 사이. 구은우의 ‘장난’은 GO 엔터를 뒤집어 놓았다.
회사 곳곳에서 직원들은 새로운 대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새 사장님이 오신다고?” “어, 근데 그게…….” “뭐야? 얼른 말해 봐.” “나도 들었는데 믿기지가 않아서.” “어? 누군데 그래?” “나인의 구은우 대표라는데.” “…이 얼간이가 어디서 뜬소문을 듣고 왔냐.” 못 믿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야기는 점점 눈덩이처럼 굴러가고 있었다.
“사명이 GU 엔터로 바뀐다는데?” “정말?” “진짜래.” 급기야는 이런 루머도 돌기 시작했다.
“하여간 세상일은 알 수가 없어. 우리 회사랑 나인이랑 그렇게 사이가 나빴는데. 현장 매니저들은 서로 으르렁거렸잖아.” “우리 회사에서 엄청나게 좋은 조건을 제시했대.” “뭐? 어떤 조건?” “거기까지는 나도 모르지. 그런데 어지간한 조건으로 구 대표가 여기를 오겠어?” “어…. 그건 그래.” 직원들은 과연 구은우가 무엇을 받았을까 상상해 보는 데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이 혼란은 임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도 어떻게 된 건지를 모르니, 원.” “맞는 말이긴 한 겁니까?” “부사장님이 직접 한 말이니까 맞기는 한 것 같은데.” “그럼 GO 사모펀드에서 작업을 한 건가?” “아, 고 이사. 고 이사는 부사장님하고 친하잖아요. 뭐 들은 것 좀 없습니까.” 임원들의 눈이 고종훈에게 쏠렸다.
하지만 그 역시 할 말이 아무것도 없었다.
“이건 나도 처음 듣는 말입니다.” “하, 참, 고 이사도 모르니.” “부사장님하고 친해도 이건 극비에 하셨나 보네.” “고 이사 요즘 부사장님하고 전만큼 자주 안 보는 것 같습디다?” 마지막 말에 고종훈이 속으로 울컥했다. 맞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연달아 실패를 거두고 나서는 김근호가 호출하는 횟수가 부쩍 줄어들었다.


아니, 그런데 김근호가 사장이 될 줄 알았는데. 그래서 연줄 안 끊기려고 노심초사했건만.
구은우라니?
이러면 욕먹으면서 충성한 게 다 나가리 아닌가?
안 되겠다. 도저히 궁금해서 못 참겠다.
고종훈은 다른 임원들 사이를 빠져나와 부사장실로 향했다.
아직 문전박대당할 사이는 아니다. 가서 물어보면 뭐 건지는 게 있겠지 싶었다.
그리고 그의 생각대로 김근호는 고종훈을 맞이해 주었다.
‘그래, 아직 밀려나고 그런 건 아니야.’ 고종훈은 마음속으로는 안심하면서.
입으로는.
“형님, 아니, 부사장님. 이게 무슨 날벼락 같은 말입니까?” 일단 궁금한 걸 지르고 보았다.
김근호 역시 기색이 안 좋기는 마찬가지. 썩은 표정으로 묵묵부답이었다.
“부사장님이나 저나 구은우랑은 좋은 일이 없지 않습니까. 그 인간이 사장으로 오면 우리는요? 멀쩡할 리가 없을 것 같은데요.” 고종훈의 말 그대로였다. 그냥 같이 일하기 불편한 정도가 아니다. 구은우가 이 회사에서 능력을 발휘하면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면, 그다음에 두 사람이 어찌 될지는 알 수 없었다. 파워볼게임
“이게 지금 복잡한 상황이야. 아직 확실히 정해진 건 아니니까 호들갑 떨지 마.” “네? 그럼 지금 회사에 환영식 준비하라고 하신 건 뭡니까?” 환영식.
바로 다음 주에 새로운 사장을 환영하는 행사가 예정되어 있었다.
“복잡하다니까. 일단 시키는 대로 하고 있어.” “아니, 그냥 시키는 대로만 하라고 하시면….” 고종훈은 원하는 대답을 얻지 못했지만.
대신 김근호의 역정을 일으키는 데는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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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식이! 그럼 시키는 대로 하지, 안 할 거야? 응? 시키는 일도 제대로 못 해서 열 받게 만드는 놈이!” 고종훈의 질문에 김근호 본인도 대답하기가 애매했던 것.
문제는 윗선이었는데, 고종훈은 회장이나 고혜지의 존재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고종훈은 다시 납작 엎드렸다.
“예, 예. 나가서 환영식 준비하겠습니다.” 여기서 더 있어 봐야 좋을 게 없다는 판단. 부리나케 부사장실 밖을 향했다. 그런 고종훈의 뒷모습을 보며 김근호는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저 멍청한 놈이…. 지금 내 속이 어떤지도 모르고.” 사장직은 당연하고.
한남 더H힐, 그 집이 내 집이었어야 했다.
지금 구은우에게 약속된 모든 것이 자신의 것이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것도 구은우가 사장으로 오는 경우에 생기는 문제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말리는 것 같은데.” 정말로 올 것인가.
아직 그는 확신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처음부터 의심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환영식 준비는 시작되었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일.
GO 엔터 전체가 구은우한테 놀아날 수도 있는데.
사태가 이렇게 된 원흉은 바로.

* * – 띠리링.
사무실 인터폰이 울렸다.
“무슨 일이지?” – 고혜지 배우와 우천석 팀장입니다.
그 원흉이 모습을 드러냈다.
회장은 어떤 의도가 있는지 이번 영입 건을 이상할 정도로 고혜지에게 맡겨 놓고 있으니.
김근호는 절로 인상을 찌푸렸다.
방금까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또 행사를 확인하러 온 건가..

들어오라고 해. 로투스홀짝
대외적으로는 일개 배우와 팀장이다. 하대하는 말로 두 사람을 들어오게 했다.
하지만 그는 문이 닫히자마자 태도를 바꿨다.
“어서 오십시오. 아가씨.” 아주 공손한 태도.
이번에도 고혜지가 응접 소파의 상석. 대각선에 김근호가 앉고, 우천석은 고혜지의 뒤편에 서 있었다. “구 대표님 맞이할 준비는 잘되고 있는 거죠?” 고혜지의 관심사는 이거였다.
반짝반짝.
그녀의 눈이 빛나고 있었다.
지금의 상황에서 행복한 건 오로지 그녀 혼자였다.
“네, 지시해 놓은 대로 잘 진행 중입니다.” 전화로 확인해도 될 텐데.
김근호는 고혜지가 얼마나 들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좋아요. 이번에 부사장님 공이 아주 커요.” 분명 자신을 칭찬하는 말이지만 전혀 기쁘지 않았다.
만약 구은우가 깽판을 놓으면?
그때는 또 자신에게 화가 돌아오지 않을까.
그러니 구은우가 안 오는 경우에 대해서 말을 꺼내야 하는데.
반짝반짝.
저 눈빛 앞에서 말을 어떻게 꺼낼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심기를 거스르면 어떻게 돌변할지 알 수 없는 게 고혜지였다.
그런데.
“계약서에 도장은 확실히 찍은 겁니까?” 반짝반짝 눈빛의 뒤, 묵묵히 서 있던 우천석에게서 질문이 날아들었다.
어찌 보면 일 처리에 의문을 표하는 말이었지만.
김근호에게는 차라리 잘된 일이었다.
“계약서는 아직이야. 바로 그 환영식에서 도장을 찍겠다는 이야기지.” 우천석은 의문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 역시 구은우를 여러 번 상대해 본 인물. 구은우가 사장으로 온다는 것을 안 믿었다.
“그럼 도장 찍기 전까지는 모르는 거 아닙니까? 구은우가 호락호락하지 않을 텐데요.” 김근호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우천석이 대신해 주는 셈이었다.
“뭐라고요?” 아니나 다를까.
고혜지 주변으로 다시 냉기가 내려앉았다.
“구은우는 손쉬운 사람이 아닙니다. 돈으로 움직일 사람도 오픈홀덤 아니고 말입니다.” 김근호는 겁 없이 입을 여는 우천석을 바라봤다.
이제 승진이고 뭐고 끝났다 이건가. 저 자식이 막 나가네.
김근호는 고혜지의 폭발을 기다렸는데.


“헤헤헤. 그렇죠? 쉬운 사람이 아니라니까요.” 못 따라가겠네.
고혜지는 또 알 수 없는 포인트에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어쨌든 저런 포인트에 따라가고 말고를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말이 나온 김에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우 팀장 말대로 구은우는 쉬운 상대가 아닙니다. 그런데 이렇게 대대적으로 환영식을 준비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구은우가 마지막에 틀어 버리면 어떻게 합니까?” 말해 버렸다.
자신이 품은 의문을.
정말로 그가 오겠는가.
고혜지가 잠시 고개를 갸웃, 옆으로 눕혔다.
눈동자가 잠시 천장을 바라보았다가 입을 열었는데.
“왜 거짓말을 하겠어요.” “예?” “이렇게까지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잖아요.” 비우호적인 관계인 김근호와 우천석의 눈빛이 교차했다.
그들 자신이 해 온 일 때문이었다. 그중에서 나인과 연관된 일만 해도 구은우가 깽판 놓기에는 충분한 이유가 될 것 같은데.
만약 이 이야기를 하면.

당신들 때문에 구 대표가 못 온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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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말할 수 없다.
“그리고 우리 조건, 누구도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잖아요.” 이번에는 맞는 말.
확실히 그렇기는 했다. 자신이라면 당장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도 남았다.
“마지막으로.” 고혜지가 한 가지 이야기를 더 꺼냈는데.
“제가 기다린다는 말 전했다면서요.” “네, 전했습니다만.” 씨익, 고혜지가 맛 간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말이에요.” “네?” “진심이 통한 거예요.” “아, 진심…….” …망했다.
김근호는 이제 돌이키기에는 글렀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냥, 예, 열심히 환영식 준비하겠습니다.” 그게 끝이었다.
누군가 나서서 브레이크를 잡으면 멈출지도 모를 일.
그러나 이제 아무도 브레이크를 잡는 사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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