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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은 서울역에서 다른 출연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전의 <도전! 수학벨> 촬영장에 가 본 적은 있지만, 그때는 은탁이가 주인공이었고 정동은 그저 관객에 불과했다.
그러나 오늘의 <알쓸쉰잡에서는 비중 있는 출연자로 나온다. 촬영 3일 전에 치러진 미팅에서 정동은 나 PD에게 많은 것들을 전해 들었다. “일단……. 저희 <알쓸쉰잡>이라는 프로그램은 예능+토크쇼라는 개념에 가까워요.
<2박 3일>처럼 저녁밥 먹을 때 퀴즈 대회도 할 거고요. 그런데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출연자들 간의 대화입니다.
현재 모시게 된 분이 유명 소설가인 김용화 씨와, 뇌 과학 권위자이신 정재숭 박사님, 푸드 칼럼니스트인 향교익 선생님.
마지막으로 정치 평론가로 유명하신 노시민 작가님입니다. 이분들은 정동 씨도 다 아시죠? 그리고 사회자 겸 출연자로 유희욜 씨가 오실 예정이고요.” 김용화, 정재숭, 향교익, 노시민. 게다가 유희욜까지.
평소 일이 바빠 뉴스나 TV를 거의 보지 못하는 정동도 알 정도로, 유명한 사람들이었다.
김용화 작가는 쓰는 족족 베스트셀러가 되고 영화까지 만들어지는 유명한 작가였고, 정재숭 박사는 뇌 과학 분야에서 톱클래스를 달리며 여기저기 강연을 다니는 사람이었다. 실시간파워볼
푸드 칼럼니스트인 향교익은 음식에 관해서라면 모르는 것이 없어 방송에 자주 출연하는 사람이었다.
마지막으로 노시민 작가는 정치에 관한 책을 많이 쓰면서도 뉴스 토론 쇼에 자주 나와 엄청난 말발을 선보이는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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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알다마다요. 그런데……. 이런 유명하고 높으신 분들 사이에서 제가 감히 낄 수 있을까요? 오히려 폐만 끼치면 어떡하죠…….” 물론 이전의 특강 동영상 유출과 <도전! 수학벨>로 인해서 정동도 나름 인지도가 있었다.
하지만 이 네 사람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당장 노시민 작가만 해도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인물이었다. 그야말로 비 연예인 방송인들의 어벤져스.
그러나 나 PD는 괜찮다며 정동을 안심시켰다. 세이프파워볼
“정동 씨가 아마 이런 프로그램 출연이 처음이시죠? 그냥 대학 MT 왔다고 생각하세요. 왜, MT 가면 시골에 가서 처음 보는 사람들이랑 술 마시면서 별의별 이야기 다 하죠? 그러면서 친해지고요. 저희 프로그램도 그게 다입니다. 편하게 마음먹으시고, 하고 싶은 이야기 다 하시면 돼요. 단, 정동 씨 직업과 관련된 이야기로. 왜 그런 거 있잖습니까. 요즘 입시가 어떻고, 이 과목은 어떻고, 내가 바라보는 한국의 교육은 어떻고……. 아시다시피 한국 사람들 입시, 공부 이야기만 나오면 눈 돌아가잖아요. 거기에다 둘째 날 일정으로 개인 강의 하나만 30분 정도로 짧게 준비해 오시면 됩니다. 생각보다 별거 없어요.” “그런가요……. 우선 알겠습니다.” 대학교 MT처럼 마음 편하게 하면 된다는 말에 정동은 긴장이 조금이나마 풀리는 것 같았다.
“그럼, 이제 출연료 이야기인데요.” 정동이 이번 미팅에 온 이유가 첫 번째는 프로그램에 대한 안내를 받기 위해서이고, 두 번째는 출연 계약서를 쓰기 위해서이다.
“솔직하게 말하면……. 정동 씨의 출연료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방송이 처음이시고, 아직 기량도 잘 모르는데다가 인지도도 낮으시니까요.” “역시 그렇겠죠…….” 다른 출연자들은 그래도 타 방송이나 뉴스, 토크쇼에 몇 번인가 출연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정동은 완전한 초짜. 같은 출연료를 받으면 그게 더 이상했다.
“게다가 정동 씨는 일회성 게스트 출연이시니……. 그래도 위쪽에 말해서 최대한 높게 받아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나 PD님.” 자신이 단독으로 캐스팅했기 때문일까.

자신을 최대한 잘 챙겨 주려 노력하는 그가 정동은 고마웠다.
“그래서……. 1박 2일 촬영에 200. 지금 즉시 현금으로 지급하죠. 괜찮으신가요?” “괜찮다마다요!”
정동 자신도, <알쓸쉰잡> 출연이 자신에게 좋은 경험과 추억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정동은 떨리는 마음으로 집합 시간인 오후 4시보다 30분 이른 3시 30분에 도착했다.
출연자 중에서는 제일 먼저 도착했지만, 이미 스태프 몇십 명이 서울역 앞 광장에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촬영을 준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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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수학벨>과는 그야말로 촬영장의 공기부터 달랐다.
“진짜 이제야 실감이 좀 나네……. 으으……. 역시 청심환을 하나 먹고 올걸 그랬나…….” 소풍 전날의 초등학생처럼, 마음이 설레 잠도 설친 정동이었다.
그가 긴장하고 있는 동안, 다른 출연자들의 차가 차례차례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 PD! 전 프로그램 끝난 지가 언젠데 또 차기작이야? 요즘 잘나가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니까.” 두 번째로 도착한 유희욜이 차에서 내려 나 PD에게 인사를 건넸다.
“고마워요. 희욜 씨도 요즘 방송에서 아주 날아다니시더구먼. 하하하. 아, 그리고 이쪽은 저번에 말했던 정정동 강사님.” “아, 이분이? 안녕하십니까. 유희욜이라고 합니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요. 아주 능 세이프게임 력 있는 강사님이시라고.” 정동은 희욜이 내민 손을 잡고 악수했다.
긴장이 풀리지 않아 손이 덜덜 떨렸다.
“아, 안녕하세요. 정정동입니다. 희욜 씨 팬입니다!” “하하하.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이윽고, 모든 출연자들이 다 모였다.
서로 통성명을 나누었는데 정동의 강의 영상을 본 정재숭 박사가 놀란 얼굴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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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친분 있는 대학 교수님이 영상을 하나 보여 주셨는데, 그게 정동 씨 영상이었거든요. 왜, 구세계에서 강의하신 거. 저, 그거 보고 진짜 깜짝 놀랐습니다. 저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강의하는 게 업인데, 정동 씨 같은 방식은 처음 봤거든요. 그걸로 공부 많이 했습니다. 허허.” 그러자 노시민이 말했다. 그는 정재숭 박사와 평소에도 친분이 있는 사이였다.
“에이, 단순하게 재숭 씨 강의가 지루한 게 아니고?” “허허. 시민 씨에게 그런 말을 듣고 싶지는 않은데?” 그러면서 티격태격 싸우는 둘. 그러나 이상하게 말다툼을 하는 모습 자체가 친밀하게 보여 보는 사람은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멍한 모습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정동에게, 향교익이 다가와 이야기했다.
“정동 씨가 이번에 전파 처음 타신다고 들었는데, 걱정할 거 하나 없어요. 우리 노시민 작가가 사람 말꼬 트이게 하는 데에는 도사거든.” “그런가요…….”
이윽고 본격적으로 시작된 촬영. 중앙에 선 유희욜이 먼저 멘트를 시작했다.
“알아 두면 쓸데 있는 쉰 가지의 잡학 지식! 알쓸쉰잡. 지금 시작합니다! 오늘의 여행지는 물 좋고 공기 좋은 춘천입니다. 아, 마침 저기 버스가 오네요!” <알쓸쉰잡>이라는 프로그램 이름이 대문짝만하게 박혀 있는 전용 버스.
출연자들은 차례차례 버스에 올라타 앉았다.
그 뒤를 따라 들어오는 몇십 명의 촬영 스태프들.
그러나 유희욜과 다른 사람들은 카메라에 전혀 개의치 않는 듯했다.
“춘천 하면 역시 생각나는 게 있죠. 바로 닭갈비와 막국수 아닙니까! 근데 요 막국수라는 게 상당히 특이한 음식입니다. 재료부터 메밀을 사용하는데…….” 본격적으로 시작된 토크. 대화의 주도권을 잡은 건 푸드 칼럼니스트인 향교익이었다.
‘와……. 이거 압박이 장난이 아니구나.’ 정동은 구석에 앉아 잔뜩 움츠려 있었다. 오픈홀덤
그도 그럴 것이, 정면으로 눈을 돌리기만 하면 대포 같은 카메라와 마이크, 조명들을 든 스태프 수십 명이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닌가.
평소에 긴장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면 기절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여기서 노시민의 진가가 드러났다.
“아, 막국수 좋죠! 그런데 제가 알기로는 메밀꽃에 신기한 수학 원리가 숨어 있다고 하던데. 혹시 정동 강사님, 아는 게 있으세요?” 그러고는 정동에게 귓속말로 뭐라 뭐라 코치해 주는 노시민.

정동은 용기를 내어 말을 꺼냈다.
“맞습니다. 노시민 작가님, 잘 아시는군요? ‘피보나치 수열’이라는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꽃의 잎은 항상 1, 2, 3, 5, 8, 13……의 규칙적인 배열을 가지거든요.” 이번에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듣고 있던 김용화 작가가 입을 열었다.
“정말요? 지금까지 많은 꽃을 봐 왔지만 잎의 개수를 세 보지는 않았거든요. 그게 왜 그런 거예요?” “원래는 한 쌍의 토끼를 두고, 그 토끼들이 일정하게 교배한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의문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탄생한 수열이, 알고 보니 지구의 자연 현상과 우주의 많은 현상들에까지 적용되고 있었던 거죠. 예를 들면 우주의 나선형 성운도…….” 한번 말꼬가 트이자 긴장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정동의 이야기를 다른 출연자들은 정말로 집중해서 눈을 빛내며 듣고 있었다.
누군가가 주제 하나를 던지면, 출연자들은 그와 연관하여 자신이 알고 있는 재미있는 잡학 지식들을 꺼낸다.
그렇게 막국수에서 시작한 대화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특히 그중에서도 정재숭 박사와 정동의 케미가 빛을 발했다.
“요즘 뇌 과학 분야에서 가장 크게 회자되고 있는 것이 시냅스입니다. 이게 사람의 뇌에서 전기적인 신호를 주고받는데, 요즘 학자들 사이에서 이걸 해석할 수 있다, 아니다로 격렬한 논쟁을 벌이고 있거든요.” “저는 그게 가능하다고 봅니다. 애초에 전기적 ‘신호’이지 않습니까. 여기서 적용할 수 있는 수학 공식이 하나 있는데…….” 뇌 과학과 수학. 둘 다 이과 과목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대화가 연계되기 쉬웠다. 로투스홀짝
게다가 정동은 강사라는 직업 특성상, 어떠한 어려운 수학 공식 이라도 아무런 배경 지식이 없는 타 출연자들에게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데에는 이미 도가 터 있었다.

“아아……. 그런 게 있었군요. 이야, 정동 씨 덕에 재미있는 사실들을 많이 알아 가네요.” 거기에다 노시민의 찰진 리액션까지.
2시간 30분 정도가 흘러 버스가 목적지인 춘천 소양강 댐 앞에 도착할 때까지, 대화는 거의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이제는 앞을 빼곡히 채운 카메라들은 더 이상 신경도 쓰이지 않을 정도였다.
나 PD는 그런 정동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역시 정동 씨를 잘 뽑았어. 딱 보니까 감이 오더라니까.’ “자 도착입니다.” 소양강 댐에 도착한 출연자들은 하나같이 배고픔을 호소했다.
촬영이 시작되고 쉴 새 없이 말을 한 데다가 지금은 6시 30분. 딱 저녁이 고플 때였다.
버스 안에서 토크 분량은 어느 정도 뽑았으니, 이제는 게임을 할 시간이었다.
나 PD가 게임의 규칙을 설명했다.
“자, 이제 저녁밥을 걸고 게임을 하나 할 텐데요. 우선 두 팀으로 나눠 주시겠어요?” 무슨 게임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출연자들은 고민했고, 결국 뒤집어 엎어라로 정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김용화, 노시민, 유희욜이 한 팀. 향교익, 정재숭, 정정동이 한 팀이 되었다.
“자……. 우선 이번 게임에서 승리한 팀은 저녁으로 닭 로투스바카라 갈비와 막국수를 포식하게 되고요, 진 팀은 쫄쫄 굶은 다음 소양강 입수입니다. 그럼 게임의 종목을 발표하겠습니다. 오늘의 게임은 퀴즈입니다!” 그러자 유희욜의 팀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아아, 퀴즈면 저쪽이 사기 아닙니까! 저기는 박사 둘에 강사가 하나인데!” 나 PD와 프로그램을 오래 찍어 본 노시민은 당황하지 않았다.
“희욜 씨, 저거 봐요. 나 PD 눈빛 저거. 웃고 있잖아. 아직 뭐가 있는 거야, 분명.” 눈치 빠른 노시민의 일침에 나 PD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역시 노시민 선생님. 한국말은 끝까지 들으라는 말이 맞는 거죠. 이번 퀴즈의 주제는 독서와 문학입니다!” “으아아아! 큰일 났다!!” 이번에 탄식을 내뱉은 쪽은 향교익이었다.
가뜩이나 버스 안에서부터 닭갈비, 닭갈비 노래를 부르던 그였는데, 주제가 문학인 이상 김용화 소설가가 있는 팀이 무조건 유리하기 때문이었다.
“후후후. 그럼 바로 시작해 볼까요?” 절망에 빠진 표정을 짓고 있는 향교익과 정재숭. EOS파워볼
“그럼, 첫 번째 문제입니다. 점순이와 감자…….” 그러나 이변이 일어났다. 나 PD가 문제를 다 말하기도 전에 정동이 손을 든 것이다.
“정답! 동백꽃!!” 나 PD와 김용화의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다.
“……정답.”
이전에 정동은 ‘너 되어 보기’를 통해 수아가 되어 그녀의 지식을 흡수함과 동시에 ‘세종대왕의 총명함’ 스킬로 인해 국어의 기본 지식을 전부 습득하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그 안에는 우리나라의 소설, 시 같은 문학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 누구도 수학 강사인 정동이 문학에 정통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모든 출연자들은 정동을 놀란 눈빛으로 바라보았고, 정동은 소리 내어 웃었다.
이제부터는 그의 세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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